제주도는 2025년 4월 11일 오전 6시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Archives)’ 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제주 4·3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로,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가려졌던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이어진 끝에, 제주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등재를 기념하여 제주 4·3기록물의 역사적 배경,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등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역사적 배경: 제주 4·3사건이란 무엇인가?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 이후 1954년까지 이어진 민간인 희생 사건입니다. 이 시기는 해방 후 좌우 이념 대립, 단독 정부 수립 반대 운동, 경찰과 군의 강경 진압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혼란기였습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 단독 선거 반대, 무장세력의 활동 등이 격화되며 주민들과 충돌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대규모 진압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그 결과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마을 전체가 소실되거나 인구가 사라지는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여성, 노인, 어린이 등 비전투 민간인 피해가 압도적이었으며, 이는 단순한 '반란 진압'이나 '폭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국가 폭력의 일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유네스코는 제주 4·3기록물이 인류 보편적 가치의 역사 기록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제주 4·3기록물은 중앙정부 문서, 군·경찰 보고서, 미군정 문서, 생존자 증언, 사진, 판결문, 재심기록 등 다양한 형식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자료는 사건의 복합성, 희생자 규모, 진상규명 과정, 국가의 반성과 사과까지 이어지는 역사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기록들이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 중 하나인 ‘기억의 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서, 사회 집단의 상처와 화해 과정을 담은 사례로서 전 세계의 분쟁 지역이나 과거사 정리 과정에 교훈이 되는 기록입니다. 또한, 제주 4·3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를 역사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인은 국가 폭력에 대한 경계, 공동체의 회복력, 그리고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등재의 사회적 의미
제주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단순한 명예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국가 차원의 공식적 인정과 사과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거사 청산의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둘째, 제주도민의 오랜 증언과 기록, 시민단체의 활동, 학술 연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기억의 세계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으며, 제주 4·3이 한국만의 역사를 넘어 전 인류의 역사로 편입된 것입니다.
셋째, 등재는 단순한 기록 보존을 넘어서 미래 세대에게 역사를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학교 교육, 전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 4·3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고, 이로 인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기억의 예방’ 기능도 수행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록물들이 단순히 ‘보는 기록’이 아닌, ‘생각하게 만드는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희생자의 이름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남아 있고,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가 남아 있는 기록이기에 그 무게는 더욱 큽니다.
제주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과거를 마주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역사 앞에 정직했던 기록은 언제나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끕니다. 국가 폭력, 이념 갈등, 사회적 상처를 넘어서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는, 바로 그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제주 4·3의 진실을 기록하고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하게 되는 것입니다.